가벼운 말도 오래갈 수 있기에 가벼운 관계의 묵직함
구독자님들! 요즘은 누구와 가장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으신가요? 가족? 직장 동료? 어쩌면, 'SNS 상의 익명의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친밀한 관계 안에서만' 위로와 공감을 주고받지 않아요. 오히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누군가가 툭 던진 말 한 줄, 댓글 하나, 익명 계정의 글귀 한 줄이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죠.
소셜미디어마다 다르지만, 최근에 등장한 'Threads'라는 SNS의 목적은 예전처럼 자기 자랑이나 정보 공유보다, ‘잔잔한 정서 교류’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듯해요. 익명의 글 한 줄, 작은 댓글, 누군가의 일상 속 사소한 말 한마디.
가볍고 일회적인 것처럼 보여도,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놀랄 만큼 오래 남기도 해요. 우리는 계속해서 익명 너머의 ‘다정함’을 찾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회복하고 있어요.
사실 이 뉴스레터도 그래요. 저와 구독자님이 처음 만난 건 스레드라는 아주 짧고 가벼운 SNS였잖아요. 몇 줄 안 되는 텍스트로 시작된 인연이 이렇게 긴 호흡의 구독레터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저에겐 참 뜻깊게 느껴졌어요.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 메일을 받고, 우리가 소통하고 있다는 감각,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마음에 묵직하게 전해졌어요. 그래서 이번 주엔, 가벼운 SNS의 묵직한 다정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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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의해 공명하는 존재
다정한 말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누구에게나 말을 걸 수 있지만, 모든 말이 다 마음에 닿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거창한 위로나 조언보다는, 아무 조건 없이 툭 건네진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더 오래 남을 때가 있어요.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말들을 주고받지만, 대부분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직장에서의 말은 효율적이고 목적 중심적인 대화이기도 해요. 무엇을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일을 조율하는 말들. 그렇기에 이런 일상에서 '아무 목적도 없이 건네진 다정한 말'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요.
인문학자들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인 동시에 ‘언어에 의해 공명하는 존재’라고 말하곤 해요. 말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억하고 연결하는 도구예요.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기도 하니까요.
관계가 깊지 않은 사람에게서 오는 다정한 말은 ‘평가’가 섞여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순수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부담 없이 마음을 움직이고, 그 순간만큼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볍게나마 품게 하죠. 말이 건네진 맥락이 감정을 남기는 거예요. 가벼운 말도 진심이면 깊어지고, 진심이 담긴 말은 짧아도 오래 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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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은 실
오늘 하루, 꼭 잘 알지 않아도 괜찮은 누군가에게 다정한 말을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때요?
지하철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까지는 아니어도, (이건 너무 어렵죠 ㅎㅎㅎ) 많이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대화를 나누는 누군가에게
“그 옷 오늘 잘 어울려요”, “이 문장 참 좋았어요”,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같은 말을, 가볍고 진심으로요.
그 말이 그 사람의 하루에 어떤 울림을 남길지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 울림이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잖아요. 저도 다정한 말을 많이 하고 살려고 더더욱 의식적으로 노력해봐야겠어요.
말은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지만, 진심은 오래 머뭅니다. 그러니 오늘, 작은 다정함 하나를 먼저 건네보는 하루가 되길 바라요. 최근에 마음에 남았던 다정한 문장들이 있다면, 메일로 공유해주셔도 좋아요:)
구독자님을 만나게 되어 참 좋아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래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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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달콤한 인문학, 트릿
에디터 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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