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몸 몸이 먼저 반응할 때가 있다
구독자님들! 요즘 잠을 잘 자고 계신가요?
저는 최근 일주일 전부터 잠을 설쳤어요. 이유는 없었어요. 아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걱정되는 일도 없고, 딱히 스트레스를 느낀 일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이상했죠. "왜 잠이 안 오지?" 하고 며칠을 지나고 나서야, 그 잠 못 드는 밤들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게 됐어요.
‘내가 정말 쓰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걸 잠시 접어야 할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회사 면접을 잡기 시작한 시점부터였어요. 그게 실망인지, 불안인지, 자세한 감정을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제 몸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머리보다, 감정보다, 내 몸이 가장 먼저 반응했던 거죠.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스트레스를 받았는지도 모른 채 두통이 이어지거나, 마음이 무너졌다는 걸 깨닫게 되는 식욕 부진 같은 것. 요즘 우리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 삶을 살고 있어서, 마음을 자주 놓치고 삽니다. 그래서 마음이 들리지 않을 땐, 몸이 먼저 알려주곤 하죠. ‘지금 무리하고 있어’, ‘너 진짜 괜찮은 거 아니야’, ‘그 결정, 네가 원했던 거 아니야’. 말 대신 증상으로, 감정 대신 생리 반응으로 신호를 보내요.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명상, 요가, 운동 같은 몸의 감각을 깨우는 활동’을 찾는 이유도 그런 것 같아요. 단순한 건강 관리가 아니라, 내 마음을 돌아보는 정직한 통로가 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몸을 통해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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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느끼는 주체
현대 인문학에서 ‘몸’은 단순한 생물학적 기능을 넘어서,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핵심 주제로 다뤄져요.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인간을 “세계를 지각하고 경험하는 몸-주체”로 설명했어요. 그는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Cogito)로 보았던 데카르트의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 몸 자체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며, 감정과 사유는 몸을 통해 나타난다고 봤죠.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건 이성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이라는 관점이에요.
몸은 감정을 저장하는 공간이자, 감정이 말해지지 못할 때 대신 표현하는 통로이기도 해요. 우리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전부터 이미 불편함을 느끼고, 그 감정이 언어로 정리되기 전부터 이미 몸으로 겪고 있죠. 몸은 개념 이전의 감각으로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에요. 가령 누군가를 대하는 순간 손끝이 얼어붙는 느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생기는 복통, 혹은 누군가를 상상만 해도 기분 좋게 일렁이는 심장의 감각, 가볍게 가빠지는 호흡 같은 것들요.
현대 사회는 감정보다 판단을 우선시하고, 감각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구조에 익숙해요.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자기 감정이 잘 들리지 않게 되고, 말도 잘 붙지 않게 돼요. 하지만 그럴수록 몸은 더 정직하게 반응해요. 사회적으로 정제된 ‘자아’보다, 더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몸의 언어’가 먼저 반응을 시작하는 거예요.
결국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전에 ‘느끼는 존재’예요. 감정을 먼저 알아채고,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언어로 표현하기 전의 상태. 그 지점에서 몸은 우리 자신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공간이 되고, 우리가 미처 놓치고 있던 나의 감정을,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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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리듬을 회복하기 위해
오늘 하루, 단 5분만이라도 몸의 감각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무언가를 분석하거나 판단하려 하지 말고, 그저 지금 이 순간 내 몸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천천히 관찰해보는 거예요. 앉아 있는 자세는 편안한지, 숨을 들이마셨을 때 가슴이 답답하진 않은지, 손끝이 차가운지, 배는 긴장되어 있는지, 온몸이 어떤 온도와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요.
우리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전에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내 몸이 말하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말보다 먼저, 느낌을 인정해야 해요.
가능하다면 조용한 장소에 앉아 눈을 감고, 몇 번의 느린 숨을 쉬면서 몸의 반응을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요. 중요한 건 판단이 아니라 관찰이에요. 내 몸이 피곤하다고 느끼고 있는지, 마음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그대로 느껴보는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자문해보세요.
“지금 내 몸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이 질문은 정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감각의 시작이에요. 마음이 잘 들리지 않는 날일수록, 몸은 훨씬 더 명확하게 반응합니다. 내 몸에 집중하는 이 짧은 시간이, 오늘 하루의 방향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줄지도 몰라요.
레터가 불규칙해서 죄송해요. 적당한 발행 주기와 시간대를 찾아나가고 있으니, 조금만 이해 부탁드려요 :) 편안한 하루를 보낸 몸이었길 바라며,
래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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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달콤한 인문학, 트릿
에디터 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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