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 퍼즐은 똑같은 조각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구독자님들! 육각형 인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며칠 전, 오래된 친구와 반지 원데이 클래스를 다녀왔어요. 육각형이 겹겹이 연결된 입체적인 반지가 멋져 보여서 그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저는 “우리가 함께 해온 다양한 삶의 국면이 이 반지처럼 쌓여 있는 것 같아”라고 말했는데, 친구는 갑자기 “우리 육각형 인간이 되자!”고 말하더라고요. 맥락 없이 툭 튀어나온 그 말이 너무 웃기기도 했어요.
우리 사회에서 ‘육각형 인간’이란 말이 있죠. 직장, 외모, 재산 등의 여섯 가지 항목이 고르게 채워져야 균형 잡힌 삶처럼 여겨지는 기준이에요. 말하자면 그게 ‘성공한 사람’의 조건처럼 암묵적으로 작동하죠. 육각형을 기준으로 삼으면, 그 조건 중 하나라도 부족한 사람은 짜그러진 도형처럼 느껴져요. 다 갖추지 못했으니까 아직은 덜 된 사람처럼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오각형이면 오각형인 대로, 칠각형이면 칠각형인 대로 살아가는 존재잖아요.
퍼즐을 떠올려보면, 서로 똑같이 생긴 조각이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절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채워주는 거죠. 우리는 다르고, 덜 닮았기 때문에 관계가 가능하고, 각자의 결이 있기 때문에 고유해지는 거예요.
저는 요즘, 어떤 불안한 선택을 앞두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보면 평범한 루트를 벗어나는 방향이고, 정답과는 거리가 멀죠. 스물 중반까진 사회적으로 정답같은 코스만 살아오다가, 후반부턴 점점 정답과 멀어지는 선택을 하고 있어요.
저는 육각형이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나만의 형태로 살아보려고 해요. 그게 더 나다운 모습이고, 나에게 맞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방식이니까요. 이 선택을 해보겠다는 저 자신에게 작은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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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사람이라는 환상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이 웃기면서도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너무 오래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기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거예요. 어느 나이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치가 정답처럼 제시되고, 거기서 벗어난 선택은 쉽게 ‘이상한 것’처럼 취급되죠.
하지만 그 ‘정상성’이라는 개념은 고정된 진리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합의예요. 철학자 푸코는 “정상”이라는 단어가 힘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어요.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중립적인 정보가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어떤 삶을 살도록 유도하게 되는 하나의 장치라는 거예요.
다시 말해,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이 웃기도록 구체적인 이유는, 그만큼 현실에서 그런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고, 그렇게 살아야만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사회적 프레임이 이미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자주 물어요. 이 길이 맞는 걸까?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이 선택은 너무 튀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 질문 속에는 이미 “그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육각형의 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그 틀에서 조금 벗어난 나의 모습은 쉽게 미숙하고 불안한 존재가 되죠.
하지만 애초에 단일한 기준으로 인간을 총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천천히 도착하고, 누군가는 한 방향으로 걷고, 누군가는 중간에 방향을 바꾸는 식으로 살아가요.
그러니 정답이 아니라, 다양함을 기준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나는 지금 어떤 도형을 그리고 있는 중인지, 그 도형이 조금 삐뚤어도 괜찮은지, 틀에 맞추기보다 나를 더 정확하게 알아가는 중인지. 질문은 그쪽으로 바뀌어야 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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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은 실천
오늘은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보는 하루였으면 해요. "나는 지금, 어떤 도형을 그리고 있을까?" 남들이 보기 좋은 육각형이 아니라, 정말 나에게 어울리는 모양은 어떤 걸까. 어떤 부분은 아직 비어 있고, 어떤 면은 예기치 않게 길게 뻗어 있고, 어떤 선은 좀 삐뚤어졌을지 몰라도, 그게 지금 내 삶의 리듬이라는 걸 인정해보는 거예요.
주변에서 들려오는 기준이 너무 많을수록, 우리는 나도 모르게 그 틀에 나를 끼워 맞추려 하죠. 사람들이 말하는 '괜찮은 삶', '정상적인 경로',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말들 앞에서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삶의 선을 멈칫하며 다시 고치고 싶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묻는 거예요.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방향인가? 이건 내 리듬인가?"
오늘 하루, 작은 수첩이나 폰 메모장에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나만의 삶의 조각들을 적어보세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나에게 소중한 관계, 자주 생각나는 말들, 그리고 최근에 내려놓은 것과 붙잡고 있는 것을요. 그걸 모두 적고 나면, 지금 내가 어떤 도형을 그리고 있는지 어렴풋하게 보일 거예요.
그 도형이 육각형이 아니어도 좋아요. 중요한 건 그 모양이 나에게 자연스럽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는 거예요. 완성된 도형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그림 그리는 중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니까요.
혹시 구독자님들이 도전하고 계신 게 있다면, 어떤 그림을 그리며 살고 계신지 공유해주세요! 응원해드릴게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래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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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달콤한 인문학, 트릿
에디터 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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