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저녁 배가 고파서 배달앱으로 식사를 주문했습니다. 별 생각 없이 클릭했던 메뉴였지만, 막상 문 앞에 도착한 봉투를 열어보니 주문한 것과 전혀 다른 음식이 들어 있었어요. 순간 답답함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와 허기가 한꺼번에 터지는 기분이었달까요.

그런데 순간,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작은 실수 하나에도 기분이 급격히 무너질 만큼, 나는 요즘 내 삶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었던 걸까?

요즘은 배달앱을 통해 하루에도 수백만 건의 주문이 이뤄집니다. 2025년 기준,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2천만 명을 넘어섰고, 일평균 배달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우리는 직접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도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작은 오류에도 민감해지고, 일상의 균열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배달이 잘못 오는 일, 예전 같으면 가게에 전화해서 그냥 조용히 해결했을 일을, 우리는 때때로 과도하게 분노하거나 허탈해하거나, 깊은 피로감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너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삶은 우리가 세운 계획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 존 레논

우리는 늘 계획하고 기대합니다. 내가 원하는 메뉴가 정확히 오기를, 내가 예상한 하루가 그대로 흘러가기를, 내가 준비한 결과가 그대로 돌아오기를. 그런데 삶은 종종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예상과 다른 것들을 보내오죠.

배달이 잘못 온 순간, 가장 먼저 올라오는 감정은 당혹감과 짜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어긋남에도 크게 흔들리는 나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빽빽하게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전제를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작은 실수에 덜 상처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빽빽할수록 어긋남은 고통스럽고, 여백이 있을수록 작은 틀어짐에도 유연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삶은 내가 예상한 대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실수와 어긋남을 조금 더 가볍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어쩌면 나를 지키는 데 훨씬 더 필요한 힘일지도 몰라요.

영화 《패터슨》을 추천드려요.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이 일상 속 사소한 어긋남과 변화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작은 흔들림을 견디고 자신의 리듬을 지켜내는 모습은, 바쁘고 촘촘한 삶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조용한 울림을 줍니다.

오늘 하루 동안, 예상과 조금 다른 일이 생겼을 때 잠깐 멈춰서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건 내 하루를 망칠 만큼 큰 일일까?"라고요.

실수, 오류, 어긋남. 완벽하지 않은 하루가 찾아올 때, 잠시 심호흡을 하고, 나에게 조금 더 여유를 주는 연습. 그렇게 사소한 어긋남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힘이 쌓이면, 삶이 훨씬 덜 조급하고 덜 고단해질 거예요.

모든 게 내 맘대로 될 수는 없지만, 내 맘대로 안 되는 세상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있으니까요.

구독자님들이 오늘 하루 마음이 더 편안하길 바라며,

래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