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원데이 클래스에서 직접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가끔, 활자에 빠지면 감각적인 것에 소홀해지곤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의식적으로 감각을 생생히 느끼려고 노력하고, 그 방법 중 하나로 향수를 만들러 갔었어요. 취향에 맞는 향을 고르고, 조합하고, 이름을 붙이는 과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시간이었어요.

향을 맡는 순간마다 떠오르는 기억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그리고 한 방울 한 방울 조심스럽게 조합해나가는 감각.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원료들로 만들어지는 독특한 향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 같았습니다. 나도 모르는 나, 나의 취향을 만난 것 같아 더 즐겁고 반가웠어요.

요즘은 향수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대형 브랜드가 만든 대중적인 향수보다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커스텀 향수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니치 향수 시장은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트렌디한 향' 대신 '나를 표현하는 향'을 고르는 흐름이 당연해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향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조용히 이야기하려 합니다. 향수는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기억을 담아내는 작은 선언이 되고 있습니다.

향은 어쩔 땐 말보다 빠르게, 언어보다 깊게 우리의 시간을 건드리는 감각입니다. 어떤 향을 맡는 순간, 어린 시절의 오후, 잊고 지낸 사람, 멀어진 계절들이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향은 단지 과거를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우리는 향을 통해 지금의 나를 표현하려 합니다. 부드러운 머스크, 청량한 시트러스, 무게감 있는 우디 노트. 향을 고른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세계를 살고 싶은지 말없이 드러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왜 향기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려 할까요? 아마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보이지 않는 감각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겁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 형체 없는 것을 통해서도 '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겠죠.

향은 그렇게, 기억을 불러오고 존재를 남기며, 삶을 감각적으로 살아내게 만듭니다. 향을 고른다는 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시간, 기억, 감정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