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라는 말에는 여전히 많은 무게가 따라붙습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이혼은 어떤 관계를 끝내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삶을 다시 선택하는 일과 맞닿아 있어요.

저 역시 이혼이라는 단어를 가까이 두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이어가고 싶었지만, 결국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함께 사는' 것보다 '혼자 살아내는' 것이 더 건강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요즘은 이혼율 통계도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숫자가 되었고, 다양한 형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은 느리게 변하고 있고, 이혼을 결심한 사람에게는 외로운 싸움이 남습니다.

그 싸움은 때로 남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를 묻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관계가 실패했다는 낙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린 결정을 삶이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이혼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나를 다시 선택하는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나무는 가지를 쳐야 더 크게 뻗어간다." 

우리는 이별을 관계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관계는 끝나지 않고, 나쁜 관계는 끝난다고 믿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모든 끝이 실패는 아닙니다. 어떤 관계는 다 했기 때문에 끝나는 것이고, 어떤 결별은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혼 역시 그렇습니다. 한 시절을 함께 살아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의미였고, 그것이 더는 나를 성장시키지 못하거나, 나를 상하게 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관계를 놓아주는 것도 용기입니다.

우리는 이별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 누구의 역할로서가 아니라, 오롯한 나로서의 감각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가지를 친 나무가 더 크게 뻗어가듯, 한 번 흔들리고 부러진 뿌리 끝에서도 새로운 생장은 시작됩니다. 만남과 이별, 모든 선택은 삶을 더 나답게 가꾸어가기 위한 대답일 수 있습니다.